201907. 예기치 않은 오롯한 쉼 at 노블레스리조트

BKay
2019-07-22
조회수 545


6월. 연중 가장 중요한 프로젝트 두 개가 연달아 있었고, 하루 5시간을 채 못 자는 날들이 이어졌다.
체력은 한계까지 떨어졌다. 지난하게 이어지는 의미없는 의견 충돌과 내가 핸들링할 수 없는 결과치에 대한 스트레스로 예민해진 멘탈을 그나마 부여잡을 수 있게 한 건, 역시 다이빙이었다.

어느 토요일 아침, 청물이 들어왔다는 소식에 주말 근무계획을 팽개치고 친구들과 달려 갔던 고성 다이빙 번개는 완벽한 타이밍의 리프레시였다. 면역력은 바닥인데, 희한할 정도로 집중력은 최고치로 올라왔으니.

내친 김에 프로젝트들을 성공적으로 끝낸 - 물론 그래야 한다는 바람과 각오가 깔린 - 나를 위한 휴가도 잡아버렸다. 기억이 나지 않는 모알보알의 바다 이후에 기억할 바다가, 동해보다는 편하게 누릴 바다가 필요했다. 마침 프로젝트 결과들을 정리하고 홀가분하게 날아가기에 좋을 시점의 세부행 항공권이 이상하게 저렴했고, 지난 4월 두마게티에 올인하느라 막판에 제외했지만 궁금했던 릴로안이 떠올랐고, 수영장을 낀 풍경이 좋았던 노블레스 리조트에 가기로 했다. 


막판에 회사 일정이 꼬여 중요한 하반기 플래닝 미팅이 휴가 딱 중간에 잡혔지만, 직속 매니저 중 제일 윗 사람 왈, 신경쓰지 말고 잘 갔다 와. enjoy your holiday.


# 첫 인상. 

(노블레스에서 바라 본 릴로안의 첫 풍경)

비행기 다섯 시간, 이미그레이션 한 시간, 거기에 차로 세 시간 쯤.
짧지 않은 시간, 그래도 그 과정이 다 괜찮아지는 풍경. 오는 내내 그렇게 비가 세차게 내리더니 고맙게도.

(노블레스 리조트의 웰컴 푸드)


반가운 망고쉐이크.
그래, 나는 릴로안에 와 있다.


평온함.
릴로안 바다의 첫인상.

Liloan은 그네들 말로 소용돌이라던데. 


# 첫인상은 틀릴 때가 있더라.


첫 날의 두 번째 다이빙.
백롤 동시입수 중 발생한 부상.

파도도 조류도 별로 없었고, 모두 경력 다이버였다. 리딩 강사님은 반대 편으로 입수했고, 사고를 인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던 것 같다. 눈에 보이지 않는 부위라 아프다고만 생각하고 다이빙을 진행했는데, 출수 후 얘기해 확인하니 병원을 가야 하겠단다. 마침 같은 배에 응급구조사 분이 계셔서 기본 소독 조치를 취한 후 급히 오슬롭 쪽에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리조트 강사님과 직원 스텔라가 동행을 해 주셨고, 스텔라가 나와 병원측 사이에서 영어-따갈로그어 통역을 해 주어 빠르게 진료와 시술을 받을 수 있었다.
대기 환자들이 있었는데, 도착하자마자 일사천리로 봉합시술까지 받을 수 있었던 건 의아했지만 어쨌든 나에겐 다행인 일. 필요한 서류를 받고 처방약을 구입하는 것까지 모두 챙겨주신 덕분에 나는 그저 앉아서 안정을 취하기만 하면 됐다.

(사고란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다. 나의 부주의이든, 타인의 실수이든, 리조트 측의 잘못이든, 자연 현상이든, 예기치 않은 상황은 생기기 마련이다. 중요한 건, 이후의 대응이 어떠냐는 것이 아닐까. 책임 소재를 불문하고 노블레스 관계자 분들은 신속하게 필요한 도움을 주셨고, 덕분에 현지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할 수 있었으며, 예약한 다이빙 스케줄 변동에도 편의를 제공해 주셨다.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리조트로 복귀한 후 사람들에게 말했다.
제가 무릎을 바치고 첫 고래상어를 봤었는데, 이번엔 무얼 보려고 이러는 걸까요.

(2015. 나의 첫 고래상어)


말은 그리 했고, 행동은 씩씩했지만,
혹시 무슨 증세가 나타날까 걱정하던 혼자의 밤은 길었다.


다음 날 아침.  수밀론을 간다 한다.
일단 한 탱크를 해 보기로 했다. 얼마 전 잭피시 떼를 뚫고 고래상어가 유유히 나타났다길래.

강사님과 다이버들은 가열차게 달려 나간다.
한참을 따라 가는데 머리가 아파 온다. 아마도 과호흡때문이었을텐데, 수압이 머리에 영향을 주는 건 아닐까 걱정은 되더라.

앞서 가던 다이버의 회오리 수신호. 

그래, 이 걸 보러 수밀론에 온 거지.


겨우 숨을 돌렸는데, 또 어디로 막 달려들 간다.

수신호를 보니 바라쿠다. 내가 있는 지점에서는 보이지도 않는다.
더 이상은 못 가겠다 싶어 따라가기를 멈추고, 여차하면 SMB 쏘고 상승해야지 설렁설렁 바닥을 보고 있는데,

살육의 현장. 문자 그대로 통째로 우걱우걱.
광각돔포트만 아니면 좀 더 가깝게 찍었을텐데.


그러다 고개를 드니 어.. 

얘네들이 내 앞으로 와 있다. 약자배려인가.


여튼 낙오 없이 무탈하게 출수.
아, 안전정지 때 해파리에 쏘였구나. 바닷물을 계속 부어주는 응급 조치로 이 역시 결론적으로 무탈.

이후 다이빙은 일단 모두 캔슬.
나의 액땜이 여러분의 행운이 되기를.


# 그저 쉼이 필요했을 수도.

버디가 앞 바다에 다이빙 가면
아이는 혼자 남아 집을 보다가
바다가 불러 주는 자장 노래에
팔 베고 스르르르 잠이 듭니다.

- 릴로안 집 아이



이제야 누적된 모든 긴장이 풀려버리는 건가.
약과 잠으로 꼬박 이틀을 보냈다.


# 수미상관. 


계획대로라면 마지막 날의 마지막 다이빙.
릴로안의 미친 조류를 한 번은 경험하고 싶었다. 마침 버디들도 같은 생각이었다. 충분히 쉬었고, 두통과 근육통은 사라졌다. 방수밴드를 단디 붙였다. 강사님께 건의해 현지 마스터와 포인트 조율까지 끝냈다.

근데 우리 마스터, 뭘 자꾸 찾아 보여주네.

(새송이 버섯이 왜 여기에 있을까)

(너무나도 만화같이, 그림을 그려 놓은 것 같은 곰치의 눈동자)

(나의 최애 아이. 궁뎅이밖에 못 찍었네)

(한참을 찍고 있어도 도망도 안 가던 거북이)


우리가 못미더워서 그랬을까.
아님 조류가 예상과 달리 흘렀던 걸까.
이유는 알 수는 없지만,
릴로안 바다의 마지막 기억도
평온함.

(그렇게 다이빙도 끝)



내가 가장 좋아했던 자리.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은, 두마게티와 바다가 어우러진 풍경.

이번에도 바다 속은 잘 기억이 나지 않으니, 또 와야겠네. 


- The end. -



Tip 1. 뷰가 중요하다면 207호.

노블레스의 모든 방은 오션뷰일 것 같습니다만, 침대에 누워 바다를 보고 싶다면 207호를 추천합니다. 아마도 노블레스에서 제일 전망이 좋은 룸 중 하나가 아닐까 합니다. 


Tip 2. 픽업 서비스. 

노블레스 들어갈 때는 왜건형 승용차를, 나올 때는 밴을 이용했는데요. 머리받침이 있고(없으면 힘든 거 아시죠..?) 좌석 등받이를 조절할 수 있어 긴 시간 이동에도 편안했습니다. 안전벨트도 정상적이었구요. 늘 그런 차량을 섭외하시는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다행히 두 번 다 차량 상태가 좋았습니다.
편도 기준 승용차는 $70, 밴은 $100. 비슷한 시간대에 움직이는 다른 분들과 쉐어하게 연결해 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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